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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가을 하늘

높고 파아란 하늘에 흰구름이 떠 있는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 하늘을 오늘 아침에 올려다 봤다.

바람도 선들선들 불고 햇살도 따끈한게

영글어가는 온갖 낱알들이 꽉 찬다.

사과와 포도가 당도를 높여가고

밤나무에 밤송이가 제법 큼직하고

울옆 대추나무에 엄지만한 대추가 붉은 기운이 돈다.

코스모스도 갸냘픈 모가지에 무거운 꽃송이를 달고

살짝살짝 불어오는 가을바람에도 무게를 못이기고

뱅글뱅글 고갯짓 한다.

결실의 계절, 속이 꽉차고 탱탱하게 영글어간다.

아이들의 학년 마무리도 슬슬 시작하고

만국기 아래 가을 운동회도 준비해야할 때이다.

올해는 운동회가 안열린다.

아이들의 추억거리가 또 하나 사라졌다.

밤 삶고 고구마 찌고 통닭도 띁을 수 있었던

가을 운동회였는데......

가을 하늘아래 펄럭이는 만국기 밑에서

이를 악물고 달리기도 하고

청군 백군 기마전에 예쁜 한복입고 고전무용도 하고

엄마 배고파요, 맛있는 점심시간을 알리는

팥주머니 던지는 바구니 경기도 있었는데

컴퓨터 게임이 더 재밌어 하는 현실속에

낭만이 깃든 가을 운동회가 사라져 간다.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세대인 우리는

옛 향수에 잠기어 과거를 그리워 하며 살수밖에 ....

우리반 정훈이가 알밤을 한 봉지 가져와

"선생님, 밤 잡숴 보세요" 한다.

벌써 햇밤이 나왔을까?

세월 차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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